친구랑 카톡을 주고 받다가 갑자기 친구가 오늘 여름 원피스를 보았는데 문득 제작년 나랑 같이 보라카이로 여행갔던 행복했던 시간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문득 그 날들이 생각이나 사진 파일들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보게 됐다. 보라카이 사진은 전에 쓰던 폰에 많이 들어있었는데 발리 길리섬 갔을때 바다에 빠뜨려 그만 사망 했다. 그래서 지금 있는 사진들은 얼마 안되지만 이 얼마 안 있는 사진들을 보는데도 웬지 모를 뭉클함이 느껴졌다.
여행을 좋아하고 바다를 좋아했던 우리는 9박 10일로 여유롭게 일정을 짜서 막 재개장한 보라카이를 갔었다. 그 당시 보라카이 상황이 재개장을 하더라도 액티비티 허가는 서서히 풀거라 했으며 공사도 덜 끝난 곳이 많고 또 필리핀 정부의 허가 숙소된 곳이 아니면 보라카이 섬에 들어갈 수 없다 하여서 갈까 말까 엄청 고민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이리저리 다른 나라들로 다시 알아보고 수없이 고민했지만 결국은 원래 계획대로 가기로 했다. 미리 숙소를 잡아놨던 우리는 허가된 곳으로 잡느라 고생도 좀 했었다.
그렇게 걱정을 한아름 안고 떠났던 우리는 공항에 내려 숙소 도착하기 전까지 가는 길에 아직 공사중인 곳이 많은것을 보며 괜찮을까 걱정됐지만 도착해서 해변을 보자마자 그동안 했던 걱정들은 괜한 기우였단걸 깨달았다.
말도 안되게 예뻤던 보라카이의 화이트 비치. 다른 나라 휴양지들도 가보았지만 나랑 내 친구는 그때의 보라카이 바다를 최고로 꼽는다. (사진에 제대로 못 담은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
사실 난 보라카이가 2번째였다. 2011년에 한번 간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우기였던지라 비도 오고 바람도 많이 불었었다.아마 그때는 발만 물에 담궜던 걸로 기억이 난다. 게다가 해변에는 정박해 놓은 보트도 많아서 해변 풍경이 탁 트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2018년 새롭게 재개장하고 간 화이트 비치를 보았는데 정말 눈부시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의 바다가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재개장한지 며칠안되었던 때라 아직 액티비티 허가난게 없어 (패들보트는 금방 했던걸로 기억난다.) 바다위에 배가 거의 떠있지 않았던 것이다. 해양감시 보트나 가끔 지나가는 한두척의 요트정도?
우리는 연신 감탄하면서 정말 오길 잘했다고 좋아했다. 10일동안 액티비티도 안되는데 무슨 재미로 있겠냐 싶었지만 바다 수영을 엄청 좋아했던 우리는 각자 스노클링 장비 까지 챙겨온걸로 조금 깊숙이 들어가 물고기 포인트도 찾고 정말 가는 마지막 날까지 끝없이 수영 수영, 계속 수영을 했다. 손이 쭈글쭈글 해질 정도로 수영하다 쉬고 수영하다 쉬느라있는동안 매일같이 1일 3샤워를 하기도 했다. 수영을 하느라 점심을 거를때도 많았다. 쉴때는 나무 그늘에 자리를 펴고 가져온 책을 읽으며 그렇게 유유자적 보냈다.
하루정도 투어는 했는데 바다에서 하는 액티비티가 아닌 그냥 보라카이 섬 곳곳을 다니며 구경하는 투어였다. 닭 투기장, 맹그로브 숲, 전망대, 그리고 해변은 화이트비치랑 멀리 떨어진 뒷쪽편이나 옆인 일리일리간 비치나 푸카 비치에서 해수욕을 했는데 화이트 비치보다는 파도도 더 거칠고 깊었다. (약간 우리나라 동해바다 느낌?) 마지막으로 내린 해변에서는 멋진 석양까지 보았었다. 이동할 때는 옆쪽이 뚫린 웬 조그만 사파리 같은 차를 탔었는데 지나가면서 현지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보여 색달랐다.
보라카이 환경정책으로 해변에 썬베드도 다 없어지고 (호텔 전용 해변은 됐던듯했다.) 흡연 음주도 금지되어 해변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지만 그런건 해변이 보이는 가게에 자리잡고 마시면 되는 문제이니 그런게 없어졌다고 해서 그닥 아쉽지도 않았다. 아쉬웠다면 우리가 갔을 때는 가게들이 아직 문을 완전히 다 오픈 안한 상태에다 예전에는 밤에 불꽃놀이 같은것도 했는데 이제 그런게 없어지니 해변이 너무 깜깜해졌다는 점이 아쉬웠을 뿐이다.
우리가 보라카이를 떠나기 전날 선셋세일링이 허용됐는데 석양이 나오기 전부터 바다에 선셋요트가 많이 나와있었다. 선셋을 가까이서 보는것도 아름답겠지만 우린 배가 한 척도 없었던 시야가 탁 트인 바다가 더 좋았다. 그래서 우리가 정말 제때 잘 왔구나 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보라카이에서 꿈같은 10일을 보내면서 한거라곤 바다 수영과 1일 투어 였지만 우리는 그래도 떠나는게 너무나 아쉬웠었다. 다음에는 아예 한달을 가자고까지 했다. 떠나는 날에 보라카이 칼리보 공항 앞 한식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시켜 먹었는데 가격은 만원정도 했지만 너무 맛있어서 밥 한그릇 뚝딱 비웠던 추억까지 잊을 수 없었던 9박 10일간의 여행이었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와 내 친구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코로나가 끝나면 다음엔 티니안을 가보자고 하였다. 사이판도 그 친구랑 갔었지만 사이판때는 일정이 3박4일밖에 안됐던지라 티니안은 갈 생각도 안했었다.
어서 마음 놓고 여행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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