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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썬

첫 색칠은 짱구 컬러링북으로

아침부터 일어나자마자 머리가 콕콕 쑤셨다. 설마 어제 블로그를 시작해 보겠다고 오랜만에 글을 쓴 탓일까..  하긴 고거 쓰는데 시간을 오래 잡아먹었으니 오랜만에 돌아간 뇌가 놀랐나 보다.

머리가 콕콕 쑤셔서 좀 짜증이 났는데 러키 녀석은 아침부터 뭘 바라는 듯 징징거린다. 분명 엄마가 간식 하나 줬을 텐데. 간식 하나 먹고 나면 한동안 조르지 않는 애라 왜 저러지 하면서 하나 더 줬다.  근데 먹고 좀 지난 뒤 또 징징거리는 거였다. 오늘따라 왜 저리 간식을 재촉하지 하면서 짜증이 나면서 이번에 안 줘야지 하고 벼루고 있는데 갑자기 번득 생각이 났다 

'아.. 설마..?'

하고 다다닥 러키의 밥그릇 쪽으로 달려가 봤다. 역시나. 러키의 물그릇이 말끔히 비어 있었다. 어쩐지 아까부터 이쪽저쪽 뭐 찾는 듯이 서성거리더라니 물을 찾고 있는 거였다. 찾다 못해 나한테 물 달라고 요구한 거였지 징징거린 게 아니었다. 미안해 러키야 오해해서..

 

콕콕 쑤신 머리는 잠으로 말끔히 해결하고 맑아진 머리로 얼마 전에 주문해서 받은 컬러링북을 꺼내 들었다.

 

컬러링북의 앞표지와 뒷표지와 짱구 색연필까지 준비

나이가 들어서 취향이 변해간 것도 있고 다시 돌아온 것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그림이다. 내가 말하는 그림이래 봤자 단순하게 귀엽게 그리는 그림과  색칠만 하는 컬러링 북이겠지만 말이다. 

내 첫 번째 꿈은 화가였는데 한 번은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서 옆집 아주머니께 1:1로 그림 강습까지 받았던 적도 있었다. 후에 초등학교 때는 엄마가 미술 학원도 보내줬었는데 그래도 학원에서 배웠다고 학교 미술시간에 그린 그림이 반에 걸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내가 미술에 재능이 없다는 것도 알았지만 그냥 점점 흥미가 떨어지더니 나중에는 관심 떨어진 걸 넘어서 아예 싫어하게 되었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 예체능 과목 중 제일 싫어하는 과목이 미술이었다.
그랬던 내가 무슨 변덕일까? 지금 다시 그림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되어서 저번에 한 번은 물감을 이용해 그리는 피포 페인팅을 알라딘 서점 가니 팔길래 사서 칠해보았다. 어찌어찌 며칠에 걸쳐 다 칠하긴 했지만 칠하면서 내가 다시 깨닫게 된 건 역시 난 똥손이라는 것과 특히 물감을 이용한 그림은 너무너무 귀찮게 느껴졌다.

 

멀리서 작게 보아야 그나마 괜찮은 나의 첫번째 피포페인팅 

그래서 이번엔 색연필은 괜찮겠지 하면서 인터넷으로 컬러링북을 찾아보다 내가 좋아하는 짱구 캐릭도 컬러링북이 있을까 싶어 서치를 해보았는데 물감을 이용한건 많이 찾을 수 있었으나 색연필을 이용한 짱구 컬러링북은 하나밖에 나오지 않았다. 

들뜬 마음에 주문을 하고 받아든 짱구 컬러링북. 핑크핑크한 표지가 감성적이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얇은 두께라 그림이 얼마 없나 하고 펼쳐 들었는데.. 음..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나는 멘붕을 느꼈다.

 

책은 24점의 도안들이 흑백으로 되어있다.

짱구 덕후인 나는 그냥 짱구라는 이유만으로 그냥 대충 보고 주문한것도 있지만 짱구 컬러링북이니 단순한 그림이겠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 그런데 그것이 나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색칠할데가 너무나 많은 것이었다. 큼지막하게 많은것도 아니고 오밀조밀 자그마한 것들이! 그림 초보이고 똥손인 내게 너무나 어렵게 느껴지는 색칠 구멍들에 '이걸 언제 다 칠하지.. 어떻게 칠해야 되는거지..' 하는 멘붕만 느낄 뿐이었다. 색연필도 짱구 그림엔 짱구 색연필이라고 산것이 12색밖에 안되는데 도안들이 12색으로 턱도 없을 것 같아 집 근처 다이소가서 50색 색연필도 급히 샀다. (어차피 난 색연필의 질감 같은건 아예 모른다)

 

다이소 색연필

준비는 다 되었겠다. 이내 색칠을 시작했는데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색칠해야 될지 몰라 첫장은 앞 표지랑 똑같으니 베끼기로 하였다. 일단 짱구랑 짱구 친구들부터 앞표지를 컨닝하면서 먼저 색칠했는데 칠하면서 이걸 다 완성할려면 시간이 몇날 며칠 걸릴 것 같았다. 마침 엄마가 집에 돌아와서 저녁 시간이 되었길래 색칠은 매일 조금씩 진행하는 걸로 하고 첫 시작은 짱구와 짱구 친구들까지로 마무리 하였다.(흰둥이도 칠했다)

 

언젠간 다 칠하겠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완성작도 이쁠거란 기대는 안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올 나의 완성된 색칠이 기대된다.

 

2020/06/01 - [일상 이야기/반려견 러키] - 나의 반려견 러키와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