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다 돼서 겨우 일어났다. 여름이라 아침에도 빨리 더워지기 때문에 원래는 5시쯤에 일어나서 고추를 따야지 했지만 늘상 게으름이 몸에 배어있어 눈을 뜨고도 어그적 어그적 거릴 뿐이었다.
억지로 억지로 준비하고 밖에 나왔는데 멀리 산 너머로는 일출 장면이 보였고 집이 산 바로 밑이라 그런지 약간 서늘한게 추워서 깜짝 놀랐다.
둘째 날 아침에는 고추를 따지 않고 유기농 약을 뿌리고 있는 아빠를 보조해 주었다. 고추 따는 것보다는 훨씬 쉬웠지만 줄을 계속해서 끌어주는 게 팔이 아팠다. 그것보다 더한 것은 배가 너무너무 고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빠한테 계속 배고프다며 조금 징징거렸다.
아침 일은 보조만 해주며 도와주었고 실컷 배불리 밥 먹고 난 뒤 잠시 러키 산책하러 주변에 나왔다.
부근이 선비 문화 탐방로라 그런지 종종 올때마다 단체 관광객들이 오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정작 난 매번 지나쳐 보기만 할 뿐 가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번에 약간이나마 함양 유명지를 구경하고 왔다.
한낮에는 날도 너무 덥고 게다가 폭염 경보까지 문자 오니 낮에 일은 무리라 잠깐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 커피나 사러 나갔다. 가는 길에 거연정이란 곳이 있었는데 꽤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가보니 휴가철이고 주말이라 그런지 화림동 계곡에 꽤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내가 찍은 아래로는 이미 사람들이 시원한 그늘 밑에 돗자리 펴고 놀고 있었고 거연정 정자 앞 쪽에는 바위로 약간 막아주는 데가 있어 거기서 사람들이 신나게 수영하며 놀고 있었다.
그런데 나도 물놀이는 워낙 좋아하긴 하지만 너무 날씨가 폭염이라 그런가. 그닥 생각나지 않았다.
물이 제법 세차게 흘렀다.
어떤 아저씨 한 분은 낚시를 하고 계셨던 곳.
그래도 시원한 계곡과 멋진 정자가 어우러진 경치를 보니 약간은 더위가 사라지는 듯하다.
이번에는 동호정. 화림동 계곡의 정자 중 가장 크고 화려한 정자라고 한다.
함양에는 이렇게 문화재로 지정된 정자와 시원시원한 계곡이 어우러진데가 몇 군데나 되었다.
아빠가 살고 있는 주변에 이렇게 멋진 곳이 많았는데 이제서야 구경을 해 보다니. 다음번에 오면 나도 놀러 온 사람들처럼 작정하고 자리 펴고 앉아 놀고 싶다.
저 바위에서 뒤로는 숲 배경, 앞에는 멋진 정자를 보며 앉아 쉬면 신선놀음 기분 날려나.
동호정에 있는 수돗가와 화장실.
이제 날 지기 전 다시 고추 따야 할 시간.
이틀째밖에 안되지만 고추밭만 봐도 막막했다..
엄마는 가방 한개를 후딱 채우던데 난 한 개 채우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첫날보다는 게으름 덜 피웠다.
고추를 따다 한번씩 하늘 사진을 찍었다.
사진 찍으며 하늘에게 얼른 내려가고 싶어서 해야 빨리 져라~ 하고 속으로 빌었다.
둘째날 마무리도 고추를 따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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