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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썬

[함양 일상 첫날] 일두고택/고추 따기

지난주 금요일부터 고추 농사를 하고 있는 아빠를 도우러 함양에 2박 3일 동안 갔다 왔다.

아빠가 함양 내려간지도 몇 년 되었더니 한 번씩 왔다 갔다 한 우리 식구도 이제 함양이 조금 익숙해졌다.

 

함양에 도착하자마자 아빠가 미생물 받으러 가자며 다시 함양읍 쪽으로 달려 미생물배양센터에 다녀왔다. 여기서 함양 농민을 위해 미생물을 신청하면 그냥 주는 것 같았다.

 

다시 아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화장실이 너무 급했는데 지나가다 청암 공원이라고 되어있는 곳에 공중 화장실이 있는 것을 보고 후딱 내렸다.

 

그냥 도로가에 있는 작은 공터라 이 근방 살거나 지나가다 잠시 쉴 것이 아니라면 사람이 잘 찾을 것 같지 않은 공원이었다. 난 사람 하나 없는 초록 초록한 이 공터가 마음에 들어 우리 집 강아지 잠깐 마음껏 풀고 그 더운 날에 같이 뛰어다녔다. 

 

그런데 중간중간 땅에 꽂혀있는 숫자가 적힌 깃발이 있었는데 게이트볼.. 같은 걸 하는 걸까나?

 

화장실 때문에 들른 공원에서 의도치 않게 잠깐 러키랑 뛰어놀고 또 돌아가는 길에 일두고택이란 곳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아 그만 또 중간에 새어버렸다.

놀러 온 것이 아닌 농사일 도우러 온 거였건만 어쩌다 보니 함양에 도착하자마자 관광부터 하게 되었다. 

 

유서 깊은 양반들과 문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다던 곳으로 정말 고택들이 많아 보였던 함양 개평 마을.

 

우리가 갔을 때는 구경하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엄청 조용했다.

 

골목길을 따라 걷고 있는 엄마와 아빠. 근데 엄마는 왜 굳이 땡볕에서 걸어가는 거지.

 

도시에만 있다가 돌 담벼락 사이 골목길을 걸으니 뭔가 기분이 새로웠다. 선선한 가을에 왔으면 더 여유롭게 구경했을 텐데 아쉽다.

 

또 마을은 관광지화가 되어서 그런지 카페, 식당, 숙박 등이 있었다.

 

 

다리 갈림길에서 우리는 왼쪽으로 틀었다.

다리 건너 위쪽은 정일품 명가 한옥호텔 스몰웨딩장이라는데 어떤 곳인지 약간은 궁금하다.

 

맑아 보이는 물. 진짜 너무 더워서 발이라도 담그고 싶었다.

 

개울가 따라 걷다 보니 보이는 일두고택 표지판. 

 

일두고택을 보러 다시 꺾어 들어간 돌담 골목길.

 

이 마을의 돌담길은 정말 너무 예쁜 것 같다.

 

코앞에 다가왔다!

 

닫혔다..

 

옆쪽의 쪽문도 닫혀있다.

 

하절기 저녁 6시까지면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4시에서 약간밖에 안 지나서 아직 2시간 남짓 남았는데 왜 닫혀있는 거지.

 

알고 보니 요즘 코로나 때문에 4시쯤 되면 문을 닫는다고 하였다. 우린 딱 닫을 때 도착해서 아깝게 놓쳤던 것이다. 그냥 지나가다 잠깐 구경할 겸 들렀지만 제일 중요한 곳을 놓쳐 버려 너무나 아쉬웠다. 

 

그런데 숙박객만 이용 가능 문구를 보니 숙박이 되나 보다.

 

이 간판을 보고 나서야 방송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내가 은연중에 들어본 것은 왠지 1박 2일이었을 것 같다. 2017년이면 1박 2일 시즌3 였을 텐데 시즌3를 한 번도 안 빠지고 본 나는 그래서 익숙함이 있었나 보다.

  

안에 구경 못했으니 글이라도 정보를 얻어왔다.

 

중간중간 열려 있는 대문 안으로 예쁘게 꾸며 놓은 정원 집들이 보였는데 빨래도 널러져 있고 개인 사생활 공간인 것 같아 내 눈으로만 담아 두고 찍지는 않았다. 

 

마당 있는 것도 부러운데 잘 꾸며놓기까지 해서 잠시 멈춰 살짝 기웃거리기라도 하고 싶었지만 소심한 나는 그냥 지나가는 길 대문 너머로만 잠깐 보고 지나쳤다.

 

일두고택 바로 옆에 있던 솔송주 문화관. 

엄마만 잠깐 들어갔다 나왔다.

 

다시 차 타러 가는 길. 

담벼락이 참 넓다. 안에 마당은 얼마나 클까.

 

날씨도 찌는 듯이 덥고 고추도 따야 해서 너무 조금만 보고 돌아와 버렸다. 사이사이 길들이 내 마음에 쏙쏙 들었던 곳이라 다음에 또 가게 되면 여유롭게 산책하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느껴보고 싶다. 

 

 

안의면에 와서 농사 도구 살 것이 있어 또 잠시 내렸다. 엄마 아빠가 물건을 사 오는 동안 나는 우리 집 개 러키랑 잠시 강변? 산책을 했다.

 

다음날 또 이곳에 왔을 때 저 다리 바로 너머 상류 쪽은 물놀이를 하러 온 가족들이 많았다. 수영이 가능한 곳인지 처음 알았다.

 

나는 도시에서밖에 안 살아봤지만 시골길은 뭔가 정겹다. 

 

넓다.

바람도 불고 러키랑 함께 물 따라 산책하니 더워도 기분이 좋았다.

 

아래쪽은 세차게 흐른다.

 

드디어 대망의 고추 딸 시간.

기력 보충을 위해 아이스커피 드링킹을 먼저 했다.

 

고추밭 일부. 아빠는 오로지 유기농으로만 고추를 키우신다.

회사원이었던 아빠가 몇 년 전에 함양으로 내려와 시골 생활을 시작하고 유튜브 등으로 열심히 독학으로 고추밭을 일궈낸 게 신기할 따름이다.

나였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인데 정말 대단하시다.

 

그리고 불과 얼마 전에 전국이 비였는데 아빠네 밭은 나름 큰 피해 없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혼자 밭 일구느라 고생 많이 하셨을 텐데 자연재해로 다 망쳐지면 얼마나 속상해하셨을는지..

버텨준 고추들도 기특하다.

 

덥지만 햇빛과 벌레 차단을 위해 완전 무장하고 일했다.

 

고추는 빨갛게 익은 거를 따 주면 된다.

 

아니 근데 너무 힘들다. 진짜 농사 아무나 하는 거 아니란 걸 새삼 느꼈다. 

따는 것만도 이렇게 힘든데 전 과정은 어찌하는지..

 

석양 질 때까지 땄는데 난 중간중간 개들이랑 놀고 게으름 좀 피웠더니 결국 큰 가방 하나를 못 채웠다.

 

그래도 딴 게 어디야.

 

가지도 소소하게 몇 개 키우시는데 엄청 크다.

 

이 날 고추 따고 밥 먹고 난 일찍 뻗어 버렸다.

그런데 난 밭에만 들어가면 왜 이리 배가 고픈 걸까.

 

2020/08/11 - [일상 이야기/썬 일상] - [포항 당일치기] 반려견 동반 서울회대게/ 근대문화역사거리/ 더자리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