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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반려견 러키

함양개들과 러키

함양 도착한 첫날.

아빠네 올라가는 길 맨 밑 지점에서 미리 내려서 풀었더니 이제 함양 집 가는 길도 익숙한 러키는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혼자 먼저 올라가 버린다. 

 

같이 가자고 해도 지 혼자 먼저 쌩 하고 올라가 버리는 매정한 놈.

 

함양 아빠네는 여러마리의 개가 있고 다 이쁘고 착한 애들이지만 내가 조금 더 아끼는 애가 있다면 위 사진 속의 '라드'라는 애다. 덩치는 러키보다 크지만 나이는 한 8개월? 정도 어리다.

내가 라드를 좀 더 아끼는 이유는 아빠가 함양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약간 적적한 아빠를 위해 가정 입양으로 알아보고 내가 데려온 아이이기 때문이다.

 

2개월쯤 때 데려왔는데 처음에는 낯을 가려서 그런 건지 함양으로 데려가는 내내 차 안에서 몸이 굳은 채로 침을 엄청 질질 흘렸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도 마련해둔 개집에 들어가서 밥도 안 먹고 내내 나오지도 않고 적응 못 하면 어쩌지 했는데 그다음 날 바로 낯가리던 애는 어디 가고 여기저기 쏘다니고 장난꾸러기 모습을 보여줬다.

그냥 하루 정도 내숭 부렸나보다.

 

그 담날 이후로 지금도 여전히 활달하게 잘 지내고 있다. 훈련한 것도 없지만 말귀도 그런대로 잘 알아듣는 편이고 사람한테고 개한테고 사교성도 좋아 쓰다듬어 줄라 하면 배부터 까뒤집어 러키한테는 없는 애교도 피울 줄 아는 착하고 귀여운 녀석!

러키의 사회성은 동생인 라드 덕에 더 좋아진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여름에는 라드를 포함해 아빠가 농사일 때문에 개들한테 신경을 많이 못 써주시는 데다 진드기 묻는다고 묶여 지내는 일이 많아서 좀 안타까울 뿐이다.

 

날계란 2개 까서 라드한테만 줬는데 아빠한테 사람 먹는 컵에 줬다고 약간 잔소리 먹었다.

 

아 라드 전체 샷을 찍었어야 했는데.

똥개인 라드는 덩치는 웰시코기 정도 하고 머리도 약간 크고 다리는 또 짧다. 가정 입양받을 때 모견 사진만 봤었는데 엄마랑은 전혀 안 닮았으니 아빠를 많이 닮은 걸로 추정된다.

 

다시 러키의 사진.

첫날 지나가다 화장실에 잠깐 들른 공터에서 잔디밭에 있는 모습이다.

 

얘는 더워 헥헥거리더라도 밖에서 노는 걸 좋아한다.

 

밖에서 뛰어 놀 때는 확실히 표정이 뭔가 더 좋아지는 걸 느낀다.

 

좋냐

 

아 뒷모습 귀여워.

뛰노는 모습 보니 내가 다 행복하다.

 

개평마을에서의 러키.

더워서 혀가 들어갈 일이 없구나.

 

아빠는 땡볕에 걸어가고 있는데 자기는 그늘로 다니고 있다.

 

폭염 날씨 제대로 경험했는 러키씨.

 

역시 차 안이 제일 시원해.

 

그런데 햇빛에 찡그리고 있는 것인가? 뚱한 표정이 너무 웃겨서 찍었다.

 

요긴 그래도 강가 바로 옆이라 그런지 별로 덥지 않았다.

 

물에는 전혀 관심 없는 러키.

언젠가는 너랑 꼭 같이 수영하고 말 테다.

 

집에 돌아와서 고추 밭에서 일하고 있을 때 스스로 개 목줄을 잘라먹은 애가 다가왔다. (목줄 잘라먹어도 자기 집 주위에만 있고 어디 도망가지는 않는다.)

 

라드가 밖에 사고 쳐서 낳은 딸 2마리 중 한 녀석인데 라드 보다 더 활달하고 아빠 닮아 애교도 많다. 처음에 봤을 때는 겁이 너무 많아 조금만 다가가도 엄청 깨갱거리는 녀석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익숙해져인지 다가와서 막 놀아달라고 하고 지 아빠처럼 배 만져 달라며 드러눕는다.

 

한 녀석은 얘보다 조금 덜 촐랑거려서 그런지 목줄에 잘 묶여있다.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드러눕는다.

 

나 밭에서 일할 동안만 라드도 풀어놓았다. 

저 둘은 처음부터 떨어뜨려 키워놓아서 두 녀석은 아마 부녀 사이인 줄 모를 거다.

 

라드는 털갈이 때만 되면 저렇게 털이 막 빠져있다. 아빠는 지금 농사일로만도 바쁘고 해서 우리가 내려올 때 라드 털을 한 번씩 밀어주곤 한다.

 

어쨌든 저 두 녀석이랑 같이 논다고 고추 많이 못 따기도 했다.

 

우리 러키는.......

넌 표정이 왜 그러니?

 

고추 따는데 계속 어슬렁어슬렁 왔다 갔다만 하셨다.

 

표정 보소.

 

다음 날 아침 산책시켰을 때.

제발 사진 좀 찍게 얼굴 좀 보여달라고 했는데도 요리조리 고개만 돌려서 포기.

 

대구 가기 전 동생이 러키 셀프 미용시켰다.

못났다.

 

사진에 없는 4마리의 개가 더 있지만 이번 함양행은 너무 힘들고 날씨도 폭염 경보라 많이 놀아주지도 못하고 그냥 와버렸다. 그래도 내려갈 때마다 애들 간식을 사들고 가기 때문에 나 덕분에 맛있는건 많이 먹었을테니 그걸로 만족해줬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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